언론보도

[기사] 가발 팔아 연 수십 억 버는 26살 얼짱 속기사

  • 관리자
  • 2011-08-05
가발 팔아 연 수십 억 버는 26살 얼짱 속기사
 

"가발매니아는 제 친자식 같은 회사에요. 세계 여러 나라에 지사를 차려서 프랑스 `샤넬`처럼 국제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

국내 선두권 가발 쇼핑몰인 가발매니아의 이정미(26) 대표는 4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죽은 뒤에도 `가발매니아`란 이름이 남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일반 쇼핑몰처럼 2~3년간 돈벌이 하려는 목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가발매니아(www.gabalmania.com)는 국내 가발 쇼핑몰 중 꾸준하게 1~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발 판매 사이트다. 총 직원 수는 10명에 불과하지만 정회원은 약 30만명, 연 매출은 20~30억원 수준에 달한다. 주로 1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가발, 탈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 가발 등을 판매한다.

다른 가발 쇼핑몰들이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형 원사를 쓰는 반면, 가발 매니아는 일본 카네카론 사가 만든 `뉴퓨추라`라는 고급원사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마진을 다소 줄이더라도 질 좋은 상품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다는게 이 대표의 경영 원칙이다.

가발이란 아이템의 특성상 모델들이 얼굴 클로즈업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소위 `얼짱` 모델들도 많이 배출해냈다. 가발매니아 출신으로 코미디TV 프로그램인 `얼짱시대`에 출연한 모델만 6명(강혁민, 김다연 등)에 달할 정도다.

△ `얼짱 속기사`로 알려져…남 꾸미는 일 좋아 `가발` 선택
 

 
이 대표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조금(?) 바쁘게 사는 투잡족이다. 그는 가발매니아의 대표인 동시에 19살때부터 국회, 공청회 등에서 활약한 베테랑 속기사(발언내용을 속기부호로 받아쓰거나 타이핑하는 전문가)다. 과거 `얼짱 속기사`로 언론매체에 보도된 적도 있을만큼 이 분야에선 유명인사다.

그는 현재 두 직업을 병행하면서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골프매니지먼트 관련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짜투리 시간에는 대학, 기업 등의 초청을 받아 쇼핑몰 경영에 대한 특강도 한다. 이쯤되면 `슈퍼우먼`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어렸을 때부터 인형 옷 갈아입히는 걸 좋아했어요. 남을 꾸며주는 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패션가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이 대표가 가발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 자신이 말 그대로 `가발매니아`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고교 2학년이던 지난 2003년 3살 위 언니 이정희(29)씨와 함께 `캣츠코디`라는 의류 쇼핑몰을 시작했다. 직접 피팅모델 역할까지 하던 이 대표는 자신이 아끼던 가발을 쓰고 촬영한 사진을 홈페이지에 자주 올렸다. 회원들의 관심은 옷보다는 이 대표가 쓴 가발에 집중됐고, 어디서 판매하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결국 그는 당시 주류였던 여성의류 쇼핑몰 대신 가발 전문 쇼핑몰이라는 흔치 않은 사업 아이템을 선택했다.

△ 사기당해 1년간 운영 중지…고객 신뢰 덕에 다시 일어나
 

사업은 기대보다 성공적이었다. 직접 디자인과 모델 일까지 도맡은 이 대표의 노력에 언니, 어머니 등 가족의 도움이 더해져 승승장구했다. 사업이 워낙 잘 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유혹의 손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서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동업을 하자며 자주 찾아 왔어요.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어요"

세상 무서운 줄 몰랐던 이 대표는 동업을 하자는 한 40대 남자의 말을 믿고 함께 사무실을 임대했다가 1년간 사이트를 운영하지 못할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동업자는 사무실을 함께 쓰는 대가로 다이어트 식품의 초판권을 넘겨준다고 했지만 알고보니 해당 제품은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결국 그는 사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들어갔고 이 대표는 수 천만원에 달하는 부담을 혼자 떠안게 됐다.

"쉬는 동안 사업을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한번 무너지니 일을 한다는 게 두렵더라구요"

힘든 와중에도 이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가발매니아를 믿어준 회원들 덕분이다. 1년 뒤에 이 대표가 다시 사이트를 오픈하자 기존 회원들은 "가발은 가발매니아가 진리"라는 입소문을 내며 다시 사이트를 찾아주었다. 이익보다 품질과 신뢰를 우선시했던 이 대표의 경영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가발매니아를 세계적인 가발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가발매니아는 이미 일본·태국 등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동남아, 중국 시장에도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곧 품질이 개선된 가발을 개발해 온라인 쇼핑몰 외에 전국 각지에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쇼핑몰 운영자라고 하면 수입, 재산 등 화려한 겉모습만 잘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힘든 부분이 더 많다"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노력하지 않으면 쇼핑몰 사업으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