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글날특집] 3배 빠른 키보드

  • teacher
  • 2008-10-09
무제 문서

< 첨단기술로 한글 알리는 기업인들 >

세 배 빠른 속기 자판 개발

안문학 소리자바 대표... 두손으로 동시에 한 글자씩 쳐

“한글은 자판에서 초·중·종성을 두 손으로 동시에 쳐서 하나의 글자형태로 입력해야 훈민정음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컴퓨터 속기가 가능해요. 자모를 일반 컴퓨터 자판처럼 순서대로 입력하면 너무 느려서 속기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소리자바 안문학(50·사진) 대표가 1990년부터 한글 속기의 컴퓨터화에 나선 배경이다. 그는 기존 속기 기계보다 두세 배 빨리 칠 수 있는 컴퓨터 한글 속기자판을 개발했다. 그 뒤 속기 문화가 바뀌었다. 회의 속기의 경우 두어 명의 속기사가 교대로 해야 하던 것을 한 사람이 너끈히 해내게 됐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속기록이 나올 수 있다는 장점은 덤이다. 이전에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속기록에 발언자를 구분해 재입력해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들었으나 한글 속기자판의 개발로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기존 컴퓨터 자판으로 ‘국민' ‘갔다'를 입력하려면 양손으로 ‘ㄱ ㅜ ㄱ ㅁ ㅣ ㄴ' ‘ㄱ ㅏ ㅆ ㄷ ㅏ'를 차례로 입력해야 한다. 'ㅆ'을 입력할 때는 시프트키도 눌러야 한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컴퓨터

속기 자판은 두 손으로 동시에 초·중·종성을 누르기 때문에 ‘국' ‘민' '갔' ‘다'의 글자 형태로 입력된다. 쌍자음은 시프트키를 누르지 않고도 입력할 수 있다.

안 대표가 개발한 자판은 현재 법원·검찰·국회·지자체 의회·은행 등에 4000여 대가 보급돼 있다. 입력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로 공인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시험장에서는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그는 속기자판에 첨단 IT 기술을 접목했다. 녹음을 듣다가 놓친 부분이 있을 경우, 단추 하나만 누르면 뒤로 돌아가고 음성의 속도가 절반으로 느려진다. 그러나 음은 전혀 깨지지 않는다. 그가 개발한 신기술이다. 160만 한글·일어·영어 단어와 부호가 들어 있는 칩을 내장했다. 영상 수신 기능도 있다. 어느 컴퓨터에나 키보드를 연결하면 쓸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특허를 11개나 냈다. 이 가운데 3개는 세계 7개 국에 출원 중이다. 속기 학습서를 16권 펴내기도 했다.

속기학원을 운영하던 그는 1990년 자판 개발에 나섰다. ‘007 영화 시리즈'에서 영어 컴퓨터 속기 장면을 본 게 계기였다. 타자기와 비슷한 영어 속기 자판의 영문을 한글로 바꿔 94년 첫 제품을 내놨지만 보급에 실패했다. 그 뒤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지금 전국의 주요 기관에 보급된 ‘소리포스'라는 속기 자판이다.

안 대표는 "한글 사랑은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그 우수성을 십분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bpark@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