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후기

[체험후기]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1월 서울포럼 속기봉사 후기입니다.

  • 최정희
  • 2016-01-23

안녕하세요. 1월 서울포럼 속기봉사를 체험하고 온 최정희 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번 서울포럼을 꼭 신청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2급에 들어 온 후 손이 날리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등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어서 ‘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무슨 포럼이냐. 그걸 신경 쓸 바에 한자라도 더 치자.’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포럼 신청서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날을 반복하고 있던 어느 날, 수업시간에 김희영 선생님께서 서울포럼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꼭 신청해보라고 권유하시는 바람에 그 말에 등 떠밀리듯이 저는 서울포럼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지만 막상 작성하다 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당첨자 발표가 나는 날에는 대출전화, 스팸전화에 일희일비하고 혹시 공지가 올라왔을까, 넷스쿨 라이브 홈페이지를 몇 십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모릅니다. 늦은 저녁이 되어 걸려온 전화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 경망스럽게 전화를 받았던 것이 지금도 굉장히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른 아침, 택시를 타고 서울포럼이 진행되는 앰배서더 호텔에 도착해서 안상현 선생님과 저와 같이 서울포럼에 당첨된 준기 씨를 만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속기사 석이 따로 있다고 이야기 해 주셨는데 정말 들어 가보니 자리가 따로, 덩그러니! 마련되어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긴장을 잘 하는 탓에 긴장을 줄여주는 약을 먹는 등 단단히 마음먹고 왔는데 그 것을 보니 어찌나 떨리던 지요. 그렇게 자리에 앉아 얼마간 세팅을 하고 사회자 분의 말을 들으면서 간단히 손을 풀고 있는데 안상현 선생님께서 곧 속기사 소개를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뭐지? 생각 했는데 정말 사회자 분들이 저희 쪽을 보면서 속기사라고 소개를 하시는 것 아닙니까? 얼결에 일어나서 내빈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데 이게 뭔가 싶은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간의 시간이 흐른 후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속기봉사 당첨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비록 내가 다 치지는 못하더라도, 손을 날리지는 말자. 천천히 차분하게 쳐보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일 봉사에서 손을 날리고 그런 제 모습을 본다면 더 심한 슬럼프가 올 것 같았기 때문에요. 다행이도 강연자이신 신좌섭 교수님은 말투가 정갈하고 중간 중간에 텀을 두며 강연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생각한 바와 맞게 속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장속기를 가면 말의 속도가 빨라서 내가 다 받아 적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만 하면서 갔는데 이게 웬일, 속도 보다는 영어가 너무 많아서 받아 적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셨는데 계속 제가 듣도 보도 못한 리더십의 종류를 나열하면서 강연을 하시고, 전문용어를 쓰시는 통에 영어가 빠르게 반복될 때는 멍하니 손을 놓고 옆에 앉아있던 준기 씨와 너털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많이 정서 되어있는 글이구나. 현장은 이런 것이구나. 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내용을 이해하며 속기를 하고 싶어서 제가 치고 있는 글자에 신경 쓰지 않고 준비되어있는 피피티와 강사님의 말을 들으며 집중해서 속기를 하고 있는데, 10분이라는 시간이 어찌나 빠르던 지요. 준기 씨와 10분씩 치고 번갈아 가며 속기를 하자고 처음에 약속했는데 저는 번번이 그 시간이 지난줄 모르고 준기 씨가 알려주면 그제야 키보드에서 손을 놓곤 했습니다. 또 10분 그리고 또 10분, 10분, 그렇게 1시간 7분의 강연이 끝나고 저의 첫 현장속기 체험도 끝이 났습니다. 물론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떨지 않고 잘했다. 잘 끝냈다. 라는 생각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속기봉사를 마치고 선생님, 준기 씨와 인사를 나누고 호텔 앞에서 헤어질 때만 해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끝났다. 집에 가서 쉬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역으로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데 갑자기 마음속에서 뭔가 뭉클뭉클 이런 기분이 솟아올랐습니다. ‘기뻤다.’ 그리고 ‘아주 즐거웠다.’ 내가 미흡한 실력이지만 속기봉사를 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속기사라고 처음으로 소개도 받았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속기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꾸만 웃음이 나와서 집에 가는 내내 웃음을 그칠 수 없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속기록을 검수하면서 오탈자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영어를 검색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림에 여러 차례 멘붕을 느꼈지만, 현장속기부터 속기록 작성까지 즐거운 과정이었습니다. 속기봉사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속기록을 고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속도 적응 못해서 또 다시 슬럼프 오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오히려 속기봉사를 가기 전보다 손이 더 경쾌하게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속기봉사가 저에게 무언가 알 수 영향을 미쳤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속기봉사도 하고 슬럼프도 탈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혹시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기신다면, 막연히 공부하는 것이 힘이 들고 지친다면,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있다면 주저 말고 속기봉사를 신청하시기를 바랍니다. 100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고 경험하고 오는 것이 훨씬 더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저와 함께 체험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속기봉사 신청하라고 등 떠밀어주신 김희영 선생님, 이른 아침부터 인솔하느라 고생하신 안상현 선생님, 그리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소리자바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